[라그페어] slow motion


이 중에 속도감이 느린 눈을 갖고 있는 이가 있다면 그건 아마 나일 것이다. 여름의 바람도 풍경도 이
야깃소리도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마음 속으로 선명히 흘러들어온다. 모두 곧 잊어버리겠지만
난 아마도 이후에도 그 언젠가의 이후에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겠지. 마치 음악을 들으면 그날의 공
기와 하늘빛이 살아나듯이, 자전거 바퀴에 부딪히는 차가운 물의 부서짐과, 비탈을 오르며 차올렸던
작고 모난 돌들의 달그락거림이 이 여름의 풍경과 함께 언제까지나 마음 속에서.

이것은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에 그 깜빡거림 사이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감정의 조각. 하지만 순간을
스치는 자잘한 마음이라도, 때로는 그것이 떠올랐다는 기억 자체가 뭉툭한 가시가 되어 몸 속에 남는
다. 그렇게 마음 속에 쌓였다가 어느 순간 불쑥 떠올라오는 추억. 어느 때는 희미한 미소가 되어, 어느
때는 손가락이 저리도록 마음 아픈 현기증이 되어.

속도감이 느린 눈. 달아오른 자전거 체인 위에 갓 퍼낸 물을 훌훌 뿌리며 생각한다.
모든 것이 천천히, 천천히 마음 속에서 녹아가 사라진다해도 끝내는 눈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풍경.
그것을 불러오는 음악이라는 이름의 소리.

여름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시간의 입자.
그 속의 우리들.

그저, 그립다.


by 이펠 | 2009/01/09 13:36 | ├ RAG FAIR

[닥터후] 닥터의 상실


- 새 닥터 캐스팅이 발표되었고, 유튜브 인터뷰 영상을 보니 이런 닥터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
그보다 먼저 이제 데이빗 닥터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옵니다OTL 생각해보면 아
무리 애클 닥터가 짱이야, 그래도 진짜 닥터는 애클 닥터지~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도, 더 오랜 시간
을 함께 보낸 건 데이빗 닥터였고, 데이빗이 닥터로 있는 동안 닥터후의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들도 소
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데이빗 테넌트가 닥터를 그만두는 건 크리스토퍼 애클스턴이 닥터를 그만둘 때
이상의 상실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ㅠ.ㅠ 뭣보다 저 휘청거리는 긴 몸과 왕방울만한 눈, 삐죽삐죽한 금
발과 김승준씨의 목소리를 내년에는 못 보고 못 듣게 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......ㅠ.ㅠ 닥터다운 자유
로운 맛이 없고, 맨날 연애질만 한다고 투덜댔지만(...야) 그래도 사랑했어요. 데이빗 닥터 ;ㅁ; 첫 닥
터가 첫사랑이라지만 제게는 두번째 닥터가 첫사랑입니다 ;_; 잊지 않을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

.........잊으면 어떡하지; (그 스물여섯살짜리 닥터한테 홀라당 가.....버리진 않겠지?;;;)


&.(덧붙이는 잡담)
그나마 잭은 토치우드에 끝까지 붙어 있을테니(...) 다행입니다.


by 이펠 | 2009/01/05 01:57 | └ Doctor Who/Torchi. | 트랙백 | 덧글(0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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